무플 무서워요

괜시리 잠을 자기 싫은 게다.
핑계거리가 필요했던 게다.
쓸데없이... 예전에 끄적였던 블로그 글들을 하나씩 둘씩 읽어내려간다.
그러다 눈에 띈 블로그 제작노트 한 구석의 옛 글 한 구절.

오늘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오래된 메일 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.
추석 특집 다큐가 나가고 받은 편지(메일)였다.
"그저 제가 그 프로그램을 참 따뜻한 마음으로 보았다는 것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.
사람은 모두 상처가 있고, 가족이라는 존재는 힘이 되는 동시에 짐이 되기도 하고, 그 자체로 상처이기도 하지 않습니까.
저는 아버지와 잘 맞지 않고 서로를 매우 괴롭혔는데
'러브레터'를 보면서 정말 이제는 진심으로 아버지와 화해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."

허접할 지언정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 작디 작은 공명이나마 전해줄 수 있다면...
그게 바로 이 추잡스런 노가다판에서 내가 그나마 버텨야할 이유이고 명분일 것이다.

아무리 노력해도 아무에게도 아무런 공명도 전해줄 수 없다면... 아니, 전해줄 여지조차 남아있지 않다면...
이 추잡스런 노가다판에서 버텨나가야할 이유와 명분은 어디에서 찾아야하는 것일까.


Posted by muki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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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Lane 2008/06/10 17:05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
    제 지인 중에 저랑 동갑에, IT바닥에서 10여년 이상 굴러 먹은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.

    걔는 어린시절 속도위반도 하고,
    덕분에 20대 극초반에 결혼을 해서, 지금은 벌써 아이가 셋 입니다.

    일찍 결혼을 하다보니,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,
   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거의 못하고,
    처자식 먹여 살리기 급급한 삶을 아직까지 살고 있습니다.
    이제 애들도 꽤나 커가기에, 더욱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군요.

    언젠가 제가 술자리에서 걔한테 물었습니다.
    넌 꿈이 뭐냐고.

    걔가 투박스런 경상도 사투리로 그러더군요.
    "내가 지금 상황에서 꿈이 어디있겠노, 지금 애들 3명 키우는 것만해도 한 달 한 달을 근근히 버티는 상황인데...
    꿈...... 난 그런거 없다..."

    하시는 일이 일이시다 보니,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공감을 안길 수 있기를 꿈꾸시겠지만...
    뭐... 꼭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?

    역설적으로 다시 말씀드리자면,
    아무에게도 아무런 공명도 전해 줄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?